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저당 잡은 내일로 어제를

김영천
2026-01-11



< 저당 잡은 내일로 어제를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닳아버린 붓을 들어

땅에 심던 날.

 

얼어붙은 대지

빈 공간마다

온기 없는 그림자가 가득했고,

흙먼지 가득

바람이 안고 왔다지.

 

귀와 입은

오래전에 지워졌지만,

겨우 남은 눈동자로

먼지 묻은 붓을 바라보았다는.

 

여지껏

뿌리내린 붓은 없었고

어쩌다 대롱으로

땅거죽만 후볐는걸.

 

갈라지고 부러진 털로

숨소리 삼키고

가까스로 일상에 기댄.

 

헤아리지 못한 날들이

무게 잃고

빈 들판으로 휩쓸려 나갔음을.

 

저당 잡은 내일로

버틴 어제.

이제껏

먹물도 묻히지 못했음에.

 

다시

몇 올 남은 몽당붓.

새벽 네 시에 심으리니

오늘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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