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혁명, 이 겨울 신림천 고니

김영천
2025-12-19



< 혁명, 이 겨울 신림천 고니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삶의 그림자가 

뒤뚱거리고 뒤집혀 흔들릴 때,

남쪽 하늘로 날아가다

잠시 날개 접은 

고니 한 마리 다가올지.

 

희고 푸른 날개 어디쯤에

달착지근한 삐비 한 줌

칭칭 감아 매달고 있을 듯.

 

혹시 삐비 근처

으름덩굴 가만히 살피면

보라색 열매가 입 벌릴 텐데.

 

까만 씨앗

한참 동안 세어 보니

크림빵 하나에 포근했던 날

한 번 더 기억날지 몰라.

 

신림천을 배회하던 혁명,

근거 없이

도림천이나 별빛내린천으로

원적 바꾼 세월 동안

입술 터지고 두 눈 핏발 섰다는.

 

다시금 주먹 쥐며

잃어버린 족보

신림천 거슬러 밤골에서

고니 부리에 얹어 놓으리니.

 

혹시나 청둥오리일지라도

한 번 고니는

은하수 오작교 이편부터 저쪽 끝까지

새하얗게 헤엄칠 백조라고.


밤골 시냇가

깃털 다듬던 오리,

날개 커다란 고니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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