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골목길에 떠 있는 개구리밥

김영천
2025-12-13



< 골목길에 떠 있는 개구리밥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희미한 그림자

뒤쪽으로

좁게 구부러진 골목길.

 

아이들이

처마 이어붙인

미로에서 챙긴 것은,

밀가루 수제비로 대충 버무린

일요일 오후의 익숙한 허기.

 

맨발로 달리던 뙤약볕에서

누구는 산으로 바다로

연탄과 라면 구하러 떠났음에.

또 다른 유년은

부스러진 연필토막에

아직 내지 못한 육성회비를 새겼다고.

 

시간이 장마같이 쏟아져 내린

먼 훗날

다시 돌아온 그들.

낯익은 거리의

이방인이 되어 멀뚱거리는.

주어진 땅은 처음부터 없었음도.

 

땀 한 섬의 급료는

학교 가던 논둑길의

개구리밥.


희멀건 햇빛이

연두색 이파리에 내려앉았고,

올챙이며 물방개가

아직도 헤엄치고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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