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장작불씨 몇 개의 설경(雪景)

김영천
2025-12-12



< 장작불씨 몇 개의 설경(雪景)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지난밤부터

눈 속에 파묻힌 세상이

가끔씩 꼼지락거렸다.

 

옆집과 앞집이

새끼줄로 이어졌고

고양이 울음이 희미하게 새어나왔다.

개 짖는 소리가

한참이나 들리도록

인기척은 따로 없었다.

 

부뚜막으로 밀려온 눈이

가마솥에 올라탈 때까지

밤새 쟁여 놓은

장작불씨 몇 개가 깜빡였다.

 

찬장 옆 왕겨더미에서

홍시는 빨갛게 익어갔고

동치미와 고구마가

칠 벗겨진 소반에 올려졌다.

 

댓잎이 무리 지어

눈 덮힌 지붕을 쓸어대자

탱자나무 울타리에 내려앉은

참새 두 마리.

샛노란 탱자가 흔들렸다.

 

마을 아이들이 꾸물거리며

빗자루를 들었지만

여전히 길은 뵈지 않고,

눈사람 혼자 하얗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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