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설궁(雪宮)에 첫눈으로 내린 신화

김영천
2025-12-12



< 설궁(雪宮)에 첫눈으로 내린 신화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역성(易姓) 사대(事大)한

그들의 도성.

한복판에 자리잡은

궁궐 후원에

억지로 끌려온 솔숲이 침침울울했다.

 

새벽부터

홀홀하게 내리는 눈,

월대며 용마루를 덮었다.

 

지난밤

한강 건넌 아홉 마리 용.

시퍼런 댓잎 꼬리에 매달고

관악산 연주대

수직 절벽 거슬러 퍼 올린

유황불을 일제히 토해냈다.

 

경복궁 근정전 용마루에서부터

시뻘건 불이 일었다.

숭례문 흥인지문,

천둥 내리고 번개 치자

현판이 떨어져 나갔다.

사정전 강녕전 교태전에

벼락까지 내렸다.

 

호압사 대웅전

앞발로 걷어차 무너뜨리고

순식간에 한강 뛰어넘은 

호암산 호랑이. 

국사봉 사자암

주춧돌도 부서져 내렸다.

사자 무리가 꼬리 접고

멀리 서역으로 달아났다.

 

이제 자미원에서

북두여신 대지모신,

명부의 가라앉은

일체 억울 불사를지니.

염라대왕은

아수라 지옥

무량대수 불가사의 눈물

한꺼번에 씻겨줄진져.

 

한여름 메마른 물불

무거운 겨울

숨죽인 풀 나무

모두 일제히 일어나라.

 

해와 달

별까지 휘황한

호호탕탕 깊은 밤.

눈보라 함박눈으로

궁궐 지붕 휘몰아치는데,

을을궁궁(乙乙弓弓)

정역(正易) 큰 세상

첫눈 뿌리며 한량없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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