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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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미리 준비한 봄날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오후 네 시
얼어붙은 구름 사이로
흩어지는 햇빛.
한참 동안
시린 손 비비며
이삭줍기한 다음,
고구마 위에 올려놓았지.
햇빛 몇 조각과
커다란 돋보기에도
고구마는 익지 않는걸.
황토 묻은 고구마는
몇 개의 계절을 갈무리하고
툇마루 따라 뒹굴었는데.
칼날처럼 벼려진 바람,
대숲에서 뛰쳐나와
고구마를 얼리더군.
방안 아랫목으로
적당히 옮겨진 고구마,
여러 날 지나
새싹을 튕겨냈다고.
어쩌다
미리 준비한 봄날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