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어쩌다 미리 준비한 봄날

김영천
2026-01-26



< 어쩌다 미리 준비한 봄날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오후 네 시

얼어붙은 구름 사이로

흩어지는 햇빛.


한참 동안

시린 손 비비며

이삭줍기한 다음,

고구마 위에 올려놓았지.

 

햇빛 몇 조각과

커다란 돋보기에도

고구마는 익지 않는걸.

 

황토 묻은 고구마는

몇 개의 계절을 갈무리하고

툇마루 따라 뒹굴었는데.

 

칼날처럼 벼려진 바람,

대숲에서 뛰쳐나와

고구마를 얼리더군.

 

방안 아랫목으로

적당히 옮겨진 고구마,

여러 날 지나

새싹을 튕겨냈다고.

 

어쩌다

미리 준비한 봄날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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