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오늘 밤 천년 설화의 눈

김영천
2026-01-24



< 오늘 밤 천년 설화의 눈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수은등 불빛 안고

미끄러지며 내리는 눈.


흰 눈이 드리운 그림자에서 

휘파람 일자,

윷판 모서리 따라

천마 세 마리가 뛰어놀았다.

 

자작나무 수피에 그린

말의 주행 거리는

영하 삼십 도.

얼음의 두께가 단단했고

정과 끌로 새겨놓은

지난 계절의 수확량이 꿈틀거렸다.

 

밤나무 밑동에 올려놓은

다람쥐의 아람 한 되.

애초 약정에 턱없이 모자랐다.

 

벌써 말갈기가 뜨거워졌으니.

말의 호흡이

밤새 치솟기 전에

미달된 함량을 채워야 했다.

 

휘파람이 들려준 비책은,

배롱나무 몸통에

천마도를 투각하고

우물 속

한여름 태양에 올려놓기.

 

새벽 네 시의 하늘로

다시 오르는 눈.

온 세상 구석구석

새알심 가득한 단팥죽.

천년 설화에서 김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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