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그날 죽주산성

김영천
2026-01-21



< 그날 죽주산성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이끼 낀 성벽이 부서지자

돌과 나무

바람이 숨죽이며 꿈틀댔다.

 

초원에서 달려온 이리가,

붉은 혀 길게 내밀며

밤새

초승달을 갉아먹었다.

 

검은 피 뿜어나온

커다란 우물에서

죽음이 호곡하고 있었다.

 

모든 신민에게 이르나니

너희들의 목숨은

각자 알아서 지켜내라.

 

그날부터

나라는 사라졌고,

머리 위에

한 뼘씩 땀방울 인

백성의 세상이 그려졌다.

 

비틀거리는 성을

거까스로 붙들고

쓰러진 생명들이 일어섰다.

 

산성 위로

초록색 별이 떠올랐다.

 

 


* 1236년 9월 몽골의 제3차 침공, 죽주산성(경기도 안성) 전투

   송문주(宋文冑) 장군과 주민들의 분전으로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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