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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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 무사의 사슴뼈 갑옷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화산이 폭발하고
재가 온 하늘을 뒤덮었다.
여러 개의 지옥이
연이어 펼쳐졌다.
말과 사람이
등 돌려 달아나지만
서 있는 자리가
세상의 끝이었다.
불꽃 이는
산을 향해
무릎 꿇은 백제 무사.
쌓이는 화산재 위에
그가 공물로 바친 것은
사슴뼈 갑옷.
벼 조 수수 기장 보리가
제기마다 가득했다.
마지막으로
저와 아내
가족까지 바쳐
이 순간을 남기겠습니다.
나라 무너진 뒤
머나 먼 왜에서
목숨 가늘게 이었으되,
구차(苟且)와 비루(鄙陋)가
바다를 건넜습니다.
이제
조상의 발치로 다가가려니
시꺼먼 하늘이
오히려 맑습니다.
다만 산신이시여,
등 돌려 쓰러지는
중생
저들의 영혼을 거둬주소서.
* 2012년 일본 군마현 하루나 화산 부근에서, 백제계로 추정되는 철제 갑옷 착용 인골 발굴.
철제 갑옷 외에 그가 들고 있던 사슴뼈 갑옷은, 한성시기 백제 왕성이었던 서울 몽촌토성에서
1985년 발굴된 것과 동일 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