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동짓날 라쿤의 항변

김영천
2025-12-23



< 동짓날 라쿤의 항변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동짓날 

길게 늘어진 밤,

꼬리에 매달고 오던

라쿤 한 마리.


동네 무인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마셨다나.

장부에 외상 걸어놓고

거푸 들이켰는데.


지친 몸에

알콜까지 들어가자,

보름달이 자꾸 앞발 위로 내려앉고

급기야 지구도 따라 왔다고.

 

일행이 늘어나

잠시 쉬어가기로 한 라쿤.

편의점 탁자에서 졸다가

아예 이불 깔고 잠들었다지.

 

다음 날

라쿤의 절도 행각이

일간지 첫머리를 장식했다는.

 

올해 들어

할당된 일이 너무 많다며,

부당한 취조에

결코 응하지 않겠다는군.




* 라쿤 - 아메리카 너구리과 포유류 동물. 미국 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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