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괘종시계가 던져준 세월

김영천
2025-12-21



< 괘종시계가 던져준 세월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어둠을 모아

솔숲 아래 이끼처럼

책갈피에 깔아보았지.

 

눅진한 적막이

책상에 펼쳐지고

어제와 그저께는

곰팡내 한껏 피어오르는걸.


느타리버섯과 싸리버섯이

제 발목 붙잡고

본문 목차 소나무 그루터기에

옹기종기 모인 겨울밤.

 

연보라색 바람이

뒷산 언덕을 휘감고 달려오면,

저녁 짓고 남은 쌀뜨물로

책 표지 닦아낼 텐데.

 

서너 권의 책이 뒤척이고

혁명을 그린 인물들도

느닷없이 깡소주 몇 잔에 소환되는

새벽 두 시.

 

괘종시계가 던져 준 

야윈 세월이

목 칼칼하게 밀고 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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