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새해 첫 할인 행사

김영천
2026-01-05



< 새해 첫 할인 행사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배곯는 지구가

오랫동안 신음하고 있었다.

새로운 해가 떠오르자

이제 구원된다고

모두 만세 불렀는데.

 

연말연시 특수는

벌써부터 사라졌고,

각개전투 깃발 휘날리는

새해 첫 할인행사.

 

폭격 맞아

반쯤 불탄 백화점에

에스컬레이트 타고 오는

사람의 얼굴이 뵈지 않았다.

 

구부러진 오각형의 가면은

하얀 마스크를 썼다.

뒤따르는 이도

역삼각형으로 고개  숙였다.

 

매장 천정에는

빛 잃은 별들이

강제 포획되어

언제 추방될지 알 수 없었다.

 

지구 모서리 곳곳에서

멱살 잡고 큰소리치는

주먹 싸움까지 한창이었다.

 

곁에서 아이들은 울고

억지로 피어난

한겨울 조화(造花)가

길바닥에 나뒹굴었다.

 

지구를 내려다보던 해도

잠들지 못한 채,

지난밤부터 턱 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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