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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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첫 할인 행사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배곯는 지구가
오랫동안 신음하고 있었다.
새로운 해가 떠오르자
이제 구원된다고
모두 만세 불렀는데.
연말연시 특수는
벌써부터 사라졌고,
각개전투 깃발 휘날리는
새해 첫 할인행사.
폭격 맞아
반쯤 불탄 백화점에
에스컬레이트 타고 오는
사람의 얼굴이 뵈지 않았다.
구부러진 오각형의 가면은
하얀 마스크를 썼다.
뒤따르는 이도
역삼각형으로 고개 숙였다.
매장 천정에는
빛 잃은 별들이
강제 포획되어
언제 추방될지 알 수 없었다.
지구 모서리 곳곳에서
멱살 잡고 큰소리치는
주먹 싸움까지 한창이었다.
곁에서 아이들은 울고
억지로 피어난
한겨울 조화(造花)가
길바닥에 나뒹굴었다.
지구를 내려다보던 해도
잠들지 못한 채,
지난밤부터 턱 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