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백합 향기 일렁이는 인형 둘

김영천
2025-07-18



< 백합 향기 일렁이는 인형 둘 >


 


김 영 천(金永千)

 

빈 상자에 누운 

녹색 그림자, 

낯익은 패랭이꽃을 피워냈다. 


눈처럼 비가 내리고 

곰팡이 슨 햇빛 한 주먹 

다락방으로 숨었다.


패랭이 꽃잎 모두 

백합 향기로  

주머니에서 일렁이는 

오늘 새벽.

 

불어 터진 한강은 

홍수 주의보에 떠내려갔다.


하루의 무게는 

식빵 세 봉지, 

국민학교 사학년 

일기장에서 걸어 나오는 

별사탕 건빵.


펼쳐지지 않은 우산에 

몇 대의 살대가 필요할까.

손 맞잡은 인형 둘 

비 맞으며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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