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문풍지 떠는 밤, 우리는

김영천
2026-01-22



< 문풍지 떠는 밤, 우리는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문짝 하나가 떨어졌고

루핑 지붕 문드러졌는데,

대한(大寒) 추위에

성한 것이 뵈지 않는군요.

 

까치집

긴급 보수공사 신청은

접수되지 않았다네요.

전선이 얼어

통신망까지 마비됐다는걸요.

 

땅 밑

두더쥐 가족은 무사할까요.

가지 앙상한

은행나무가 꽤나 흔들리네요.

 

연탄불 꺼진 방에

바람 사납게 밀려들고

하루 종일 벼루에 갈아 놓은

먹물도 얼었지요.

 

아버지의 발걸음이

비틀거리며

골목 어귀를 돌았다고요.

문풍지 떠는 밤,

막다른 세상의 끝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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