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물푸레나무 그늘 한 삼태기쯤

김영천
2026-05-16



< 물푸레나무 그늘 한 삼태기쯤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울퉁불퉁한 세상이

적당히 미끄러진 시간

새벽 두시 삼십 분.

심야버스에서

손에 쥔 

흑장미 한 송이가 졸고 있는.

 

신림 사거리

순대 골목 더운 바람에

한여름이 가불당해,

벌써

에어컨까지 켜졌는걸.

 

아버지의 합죽선이

책상 위에서

비상대기 중인데.

소집 일시는

아직 미정이거든.

 

내일부터

뒷산 물푸레나무 아래

고여있는 그늘,

한 삼태기쯤

퍼와야할 것을.

종꽃 향기 하얗게 번진

밤골 약수물도.

 

오월의 하루가 일렁이는

이 새벽.

아직

눈 감지 못한

일상이 땀 흘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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