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간판 땅에 묻은 날

김영천
2026-02-05



< 간판 땅에 묻은 날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한세월을 지켜낸

학교 앞

그 문구점이거든요.

 

싱싱하던 교복

웃음소리.

키 훌쩍 자라

하늘 끝까지 닿았네요.

 

이제

학교 정문에

곰팡내 가득

녹이 슬고.

온기 잃은 발걸음

띄엄띄엄 부서졌지요.

 

머리부터 발끝

온몸의 풀기

마를 때까지 버텼어요.

결국,

오늘

문 닫습니다.

 

문구 전 품목

구십 퍼센트 할인.

내키지 않으면

그냥 가져가세요.

 

내려진 간판,

뿌옇게 흐린 날

땅에 묻네요.

 

미안합니다.

모두

꼭 안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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