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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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년설에 드리운 암호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오직 눈길
산 정상의 바위는
빙하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길은 그려지다 말았고
그 곁에서
실금으로 이어진
새들의 발자국도 지워졌다.
남아있는 건
오직 공제선 위로 드러나는
짙푸른 창공.
어쩌면 바람 소리에 묻힌
설표(雪豹)의 비명이
하늘 복판에 매달렸겠다.
주어진 구상(具象)은 사라졌고,
비틀거리던
단색 추상(抽象)이
잠시 머무르다 잦아졌다.
하얀 색 암호가
불연속으로 정체된 공간.
금강초롱꽃 환하게
꿈꾸는 자리에
만년 동안 눈이 쌓였다.
몇 개의 계절 다음에
이윽고,
보랏빛 제 이름 드러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