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만년설에 드리운 암호

김영천
2026-02-04



< 만년설에 드리운 암호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오직 눈길

산 정상의 바위는

빙하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길은 그려지다 말았고

그 곁에서

실금으로 이어진

새들의 발자국도 지워졌다.

 

남아있는 건

오직 공제선 위로 드러나는

짙푸른 창공.

어쩌면 바람 소리에 묻힌

설표(雪豹)의 비명이

하늘 복판에 매달렸겠다.

 

주어진 구상(具象)은 사라졌고,

비틀거리던

단색 추상(抽象)이

잠시 머무르다 잦아졌다.

 

하얀 색 암호가

불연속으로 정체된 공간.

금강초롱꽃 환하게

꿈꾸는 자리에

만년 동안 눈이 쌓였다.

 

몇 개의 계절 다음에

이윽고,

보랏빛 제 이름 드러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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