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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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은 몸 뉘일 데가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옥탑방 밖에
잠시 머물렀던
밤 안개가,
반지하방 창문으로 내려갔다.
주인장은 뵈지 않고
시든 흑장미가
가볍게 목례 했다.
아무도 없어요.
공기가 눅눅하고 매쾌하니
식었지만
홍차 한 잔 드릴까요.
조금 전에 목 축였습니다.
내일 아침
햇빛이 건너올 터.
꼭 환해질거예요.
방 바깥은
고드름이
한 줌이나 매달렸고,
창틀 안쪽에
얼룩진 곰팡이가
세계지도처럼 펼쳐졌다.
어제 오후
햇빛 한 올 다가오다
멀찍이 달아났어요.
방 주인마저 서둘러 떠난걸요.
고개 끄덕이던
안개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사실은
몸 뉘일 데가 없어요.
오늘 밤만이라도
문틈에서 머물께요.
비틀거리며
화병에서 걸어나온
흑장미,
틀어진 문을 애써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