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그날도 탱자알 노랗게 굴렀던

김영천
2026-01-30



< 그날도 탱자알 노랗게 굴렀던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발바닥 한가운데

얼음 박히고

하얗게 눈썹 휘날리는 밤.

 

눈 맞으며

햄스터네 집에 들렀더니

톱밥으로 굴을 내더군.

 

인기척에 반응 없는데

황토 흙바닥 깊이

공사할 것 같은.

 

두더지 가족은

어제 저녁,

상수리나무 밑동과

무 구덩이 사이

적당히 자리잡고 동면에 들었다지.

 

오늘 낮

곡갱이질로

애써 구덩이 팠더니

실한 무가 너댓 개나 사라졌거든.

 

차마 묻지 못하고

군고구마 하나 놓고 가려니,

그제서야

동치미 국물은 어디 있냐고.

 

배나무 아래 장독대

동치미 항아리는

할머니 일상인데.

 

솔가지 느껍게 지핀

그날도,

흰 눈 점점이 흩뿌리고

항아리 뚜껑 위에

탱자알 노랗게 굴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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