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손거울 거꾸로 들고

김영천
2025-08-17



< 손거울 거꾸로 들고 >


 


김 영 천(金永千)

 

썩은 흙탕물

억지로 건넌 뒤

늪에 빠졌는데요.

따로 돌아갈 길은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네요.

 

늪에는 악어 떼가 있거든요.

독사와 지네

독거미가 우굴거리네요.

 

겨우 지나온 진흙 구덩이도

털 숭숭한 멧돼지가

뒹굴며 목욕했고요.

나무며 바위

움직이는 건 죄다 물어뜯었지요.


흙탕에 온통 썩은 내,

숨 쉴 때마다

심장이 조여졌거든요.

팔 다리가 마비되었어요.

 

진흙탕 앞에서는

능구렁이가 똬리 틀고

혓바닥 널름거렸지요.

살아 있는 것 잡아먹히고

뼈도 추리지 못했어요.

 

근처에서

피묻히고 어슬렁거리던

하이에나,

한밤에 구렁이에게 감겼거든요.

 

눅눅한 하늘 아래

들끓는 땅

세상이 온통 뒤집혔네요.

구렁이 허리가

멧돼지 송곳니에 박혔더군요.

그 멧돼지는 악어에 물렸고요.

 

날이 꽤 상했지만

칼 한 자루는 남았지요.

이제 있는 힘껏

악어의 눈알 이빨 후려쳐야겠어요.

 

우리 함께,

손거울 거꾸로 들고

한참동안 들여다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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