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화선지에 올려놓은 하루

김영천
2025-08-16



< 화선지에 올려놓은 하루 >


 


김 영 천(金永千)

 

먹물 농도는 적당히

화선지에 오늘 하루를

하얗고 검게 올려놓았다.

 

땅거죽 벗겨내던

비 그친 뒤,

태양이 열 올리며

껍질만 남은 땅을 불질렀다.

 

비와 태양 사이에

강요당하는 밤 아홉 시 뉴스.

찐득한 날씨에

더욱 끈적대는 이야기.

 

동양란 한 포기가

고개 외로 꼬았다.

 

채널 돌려

오늘의 날씨,

불쾌지수 높은 하루였습니다.

 

이웃과 인류평화를 위해

보랏빛 나팔꽃 발등에

물 한 모금 얹어 해갈할 시간입니다.

 

화선지 한귀퉁이,

비 맞은 태양을 감싼

나팔 소리가

초록색 하늘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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