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봉숭아꽃 필 때부터

김영천
2025-08-15



< 봉숭아꽃 필 때부터 >


 


김 영 천(金永千)

 

인헌시장 입구

아침부터 밤중까지

한평생 노점이라는.

 

쪽파와 고구마 줄기는

하루 세 끼니.

매일 매일

가까스로 이뤄지는 물물 교환.

 

시장 정비 완장이 

내려놓은 화분에

봉숭아꽃 필 때부터

고구마 줄기는 목이 탔다고.

 

아픈 다리 끌고

길 바깥으로 밀려난 쪽파.

 

구멍 뚫린 하늘에서

쏟아지는 장대비.

낡은 우산 아래

쪼그려 앉은 생활.

 

비 그친 밤,

먹구름에 둘러싸여

초생달이 비틀거렸다.

 

이제

들어가셔야지요.

희미하게 웃는

쪽파와 고구마 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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