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검은 비 내릴 때 몽당연필

김영천
2025-08-13



< 검은 비 내릴 때 몽당연필 >


 


김 영 천(金永千)

 

볼펜 스프링 안에서

탈출한 노랑 나비.

날개를 폈지만

검은 비로 내리는 철사줄.

 

비 한가운데

활짝 핀 도라지꽃이

보라색을 끼고 다가왔다.

접힌 책갈피가

꽃망울로 매달렸다.

 

향불이 일렁였고

나비와 철사줄이

금동대향로의 봉황 날개로 파고들었다.

 

볼펜은 어디로 달아났을까.

만년필과 싸인펜으로 얼버무린 하루.

 

깍지 낀 몽당연필이

도라지꽃에 숨어

비 갠 하늘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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