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도척(盜跖)의 직선, 아프리카

김영천
2025-08-12



< 도척(盜跖)의 직선, 아프리카 >


 


김 영 천(金永千)

 

밤새 술 마시고

마을 뒤집어 놓던 도척이,

심심하다며

세계지도를 꺼내들었지.

 

태양도 떨어뜨리는 대포가

그의 곁을 지키고.

 

허리춤에 찬 총으로

달빛 별빛도 사냥했거든.

그럴 때마다

달과 별은

은하수 너머로 달아났지.

 

커다란 지도 펼치고

아무데나

주머니칼로 북북 그엇는걸.

 

칼이 지나간 자리,

산과 강은

피 흘리며 쓰러졌고

동물들도 다리 잘려 울부짖었다네.

 

어딘지 알 필요 없고

대충 슥슥.

직선으로 그은 뒤

다시 잠들었는데.

 

도척이 칼로 그은 곳,

아프리카 땅이더군.

 

잠에서 깬 그에게

코끼리가 항의하자

총으로 쓰러뜨렸다나.

상아도 뽑아 갔다지.

 

아무렇게나 직선,

도척의 세상이라고.




* 베를린 서아프리카 회의 - 1884년 11월부터 1885년 2월까지,  

                                           독일 초대 총리 오토 폰 비스마르크 주재로 

                                           서구 14개국 대표들이 아프리카 국경선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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