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비 오는 날 검정 고무신 한 짝

김영천
2024-03-18

 


< 비 오는 날 검정 고무신 한 짝 >




김 영 천(金永千)


메주 세 덩이 매달린 

처마 밑,

찢어진 바람개비가

누렇게 들뜬 시래기를 말리며 

연방 돌았다.

 

지난 가을 

말잠자리가 물고 갔던 헬리콥터는

산등성이를 타고 

솔개처럼 날아왔다.

코스모스 꽃잎보다 조금 큰 

프로펠러를 돌려대며

붉은 구름과 

검은 비를 뿌렸다.

 

짐 실은 자전거들이

삐걱거리며 

둑방길을 마구 달렸고,

맹꽁이들은 

쓰러진 버드나무 밑동에서 울어댔다.

 

살대 부러진 

우산을 쓰고

검정 고무신 한 짝이 걸어간다.

비에 젖은 책가방,

책들이 떨면서 

꼬옥 부둥켜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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