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아직 꽃은 피지 않았네

김영천
2024-02-03



< 아직 꽃은 피지 않았네 >




김 영 천(金永千)


건너다 뵈는 산 너머,

깊은 강 건너에서

꽃 잔치가 벌어졌다는데.

 

달착지근한 벚꽃은 

봉긋 솟지 않았고

쌉쌀한 산수유 꽃망울도

그예 터지지 않았네.

 

사람들은 꾸역꾸역 몰려드는데,

덤으로 쑥 캐고 

냉이 달래 뜯으러

망태기까지 이고지고 오는데.

 

누런 하늘에서

솔개 한 마리 맴도네.

맴돌고 

맴돈 뒤

검은 눈비가 내리네.

 

꽃 잔치에

영문도 모르고 찾아오는 사람들만

울긋불긋 단장하고,

아직

꽃은 피지 않았네.

 

봄날을 

환하게 터뜨릴

꽃은 피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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