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느티나무에서 빵 봉지로 이어진 길

김영천
2024-02-03



< 느티나무에서 빵 봉지로 이어진 길 >




김 영 천(金永千)


이불솜처럼 

차곡차곡 쌓인 눈 위에

안개가 배 깔고 누워 있는 새벽녘,

열 지어 선 나무들이

맨몸으로 밤하늘을 이고 있다.

 

가로등 불빛이 

어깨 늘어뜨리며 졸자

까치 집에 걸린 가오리연이

긴 꼬리를 흔들었다.

까치가 날아오르다가

이내 둥지로 다시 들어갔다.

 

대여섯 개 쯤의 길이

나무들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회양목과 커다란 미루나무에서 나온 길들은

광장 쪽으로 향했다.

느티나무 부러진 가지에서 나온

좁은 길 하나가,

몇 번을 뒷걸음질 친 다음

철조망을 넘었다.

 

철조망 가시에 걸려 있는 빵 봉지

정통(正統) 크림빵.

출시 1964 전통(傳統),

찢겨진 빵 봉지 틈새로

느티나무에서 나온 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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