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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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티나무에서 빵 봉지로 이어진 길 >
김 영 천(金永千)
이불솜처럼
차곡차곡 쌓인 눈 위에
안개가 배 깔고 누워 있는 새벽녘,
열 지어 선 나무들이
맨몸으로 밤하늘을 이고 있다.
가로등 불빛이
어깨 늘어뜨리며 졸자
까치 집에 걸린 가오리연이
긴 꼬리를 흔들었다.
까치가 날아오르다가
이내 둥지로 다시 들어갔다.
대여섯 개 쯤의 길이
나무들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회양목과 커다란 미루나무에서 나온 길들은
광장 쪽으로 향했다.
느티나무 부러진 가지에서 나온
좁은 길 하나가,
몇 번을 뒷걸음질 친 다음
철조망을 넘었다.
철조망 가시에 걸려 있는 빵 봉지
정통(正統) 크림빵.
출시 1964 전통(傳統),
찢겨진 빵 봉지 틈새로
느티나무에서 나온 길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