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여름 한낮 주역의 하늘

김영천
2026-07-29



< 여름 한낮 주역의 하늘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하늘 가까운 계단 위에

논두렁 두껍게

밭고랑은 적당히 그렸을터.

벼이삭 콩포기가 찰지더니.

 

자미원 북극성 

북두구진(北斗九辰) 신(神)들도 새기고,

그중 열 오른 태양을

수문장으로 세워둔.


잔잔하게 굴러가는 보름달은

금으로 만든

계수나무에 

나팔꽃 감아 매어놓았을.

 

목욕재계

한참을 청소하고

마늘과 쑥

한 무더기 뿌렸는데.


조금 심심해

날개 달린 백마 타고,

새벽이슬 맞으며

낙성대 뒷마당까지 내달렸음에.

 

연주대 절벽 끝

보라색 어둠 깔고

참하게 앉아 명상하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그 머리 위에 

붓꽃 넉넉하게 뿌렸더니,

저만치서

각시투구꽃 정향나무꽃

일렁이며 다가온.

 

이제

측백나무 그늘 아래

대돗자리 깔고

잠시 누워야 할 때.


산누에가 손등에서 꿈틀거리는.

주역(周易) 환하게 펼치다가,

여름 한낮

할아버지 목침을 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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