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푸른 무청으로 회백색 봄날을

김영천
2026-05-10



< 푸른 무청으로 회백색 봄날을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창창한 하늘 아래

서리 맞고서도

힘껏 버텨내던 무.

 

함박눈 내리자

주먹 꼭 쥐고

처마 밑 무청으로

눈 부릅떴거든.

 

이웃들은 울며불며

손 마주잡고 걱정했지만,

시간과 바람 잔뜩 모아

몇 날 며칠

팔 다리 뒤집고

시래기가 되었는데.

 

개다리 소반

어느 산골

반찬 없는 상에서

제 몸 억세게 비틀어

자리했다고.

 

청나라 건륭제

마흔여덟 반찬보다

대한제국 고종

열두 반찬을 거뜬히 뛰어넘는.


이제 회백색

뿌연 봄날,

보리 거둘 때까지

또 한 번

칠 벗겨진 소반을

입술 깨물며 지켜낼.

 

조자룡

부러진 창 하나로

세상을 쓸어 담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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