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푸른바다거북의 미륵바위

김영천
2026-05-03



< 푸른바다거북의 미륵바위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먼 바다에서 온 거북이

바위를 물고 기어간 곳은,

두릅나무 그늘

한 뼘이나 자란

참나무 아래였다지.

 

상수리가 뒹굴고

느타리버섯 팽이버섯

촘촘하게 박힌 오솔길.


성황당 지키는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앞에

바위를 내려놓고

푸른바다거북은

오던 길 되짚어 떠났다고.

 

거북과 장승 사이에

무슨 말이

분명 오갔는데.

 

산골 마을 사람들은

그날부터

미륵바위라고 부르며

각자의 소원을 중얼거렸다니.

그럴 때마다

작은 돌멩이도 쌓여갔음에.


먼 훗날

사람들이

모두 떠난 뒤,

성황당과 장승마저 사라졌는걸.


바위에

세월 묵힌 이끼가 내려앉자

민들레꽃 제비꽃이

장승 대신 미륵바위를 지켰다는군.

 

마을이 지워진 땅에

커다란 호수가 생겼고

거북 한 마리가 헤엄치고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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