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약숫물 한 방울로 기어이

김영천
2026-05-01



< 약숫물 한 방울로 기어이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호암산 꼭대기에서

약수물 한 방울 떨어뜨리니.

보라색 빗방울로

밤골 시냇가를 적시는데.

 

먼지 푸석한

백 년 가뭄 끝에

단비라고,

왕가재가 커다란 앞발 들어

만세 부르더군.

 

이제 기운 차려

개울 어지럽힌

온갖 날 것

모조리 혼내겠다며.

 

벌레 먹은

밤나무도

기어이 생생하게

밤 한 톨 맺어 보겠다고.

 

무학대사의 수면제에

골아 떨어진 호랑이,

어느새 일어나

밤골 약수암 비지구 낙골

신림 사거리까지

제 영토를 순시하는.

 

그새 눈부라리던

들 것들의 숨소리

삽시간에 잦아들었다나.

 

드디어

밤골 언덕

비틀거리던 민들레

노랑 꽃망울 쟁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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