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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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숫물 한 방울로 기어이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호암산 꼭대기에서
약수물 한 방울 떨어뜨리니.
보라색 빗방울로
밤골 시냇가를 적시는데.
먼지 푸석한
백 년 가뭄 끝에
단비라고,
왕가재가 커다란 앞발 들어
만세 부르더군.
이제 기운 차려
개울 어지럽힌
온갖 날 것
모조리 혼내겠다며.
벌레 먹은
밤나무도
기어이 생생하게
밤 한 톨 맺어 보겠다고.
무학대사의 수면제에
골아 떨어진 호랑이,
어느새 일어나
밤골 약수암 비지구 낙골
신림 사거리까지
제 영토를 순시하는.
그새 눈부라리던
들 것들의 숨소리
삽시간에 잦아들었다나.
드디어
밤골 언덕
비틀거리던 민들레
노랑 꽃망울 쟁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