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한국자주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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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춘대길 방(榜) 내건 날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대한(大寒) 지난 뒤,
마을 사람들은
널부러진 짚단을
힘껏 일으켜 세웠다.
더러는
헐거운 아궁이에서
씨알 굵은 감자도 구워냈다.
두 눈 껌뻑이며
봄이 오는지
가만히 귀 기울였다.
드디어
때가 되자
입춘대길(立春大吉)
방(榜)을 내걸고
막걸리잔도 가득 채웠다.
입춘 그날 밤,
상수리나무에서
갑자기
회오리바람 일고
날 선 눈보라가
사납게 술잔을 엎었다.
마을 입구 장승은
잔뜩 얼어붙어
두 귀가 떨어져 나갔다.
어깨 힘준
한겨울이,
시퍼렇게 칼날 입에 물고
밤새
마을을 휘젓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