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입춘대길 방(榜) 내건 날

김영천
2026-02-10



< 입춘대길 방(榜) 내건 날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대한(大寒) 지난 뒤,

마을 사람들은

널부러진 짚단을

힘껏 일으켜 세웠다.

 

더러는

헐거운 아궁이에서

씨알 굵은 감자도 구워냈다.

 

두 눈 껌뻑이며

봄이 오는지

가만히 귀 기울였다.

 

드디어

때가 되자

입춘대길(立春大吉)

방(榜)을 내걸고

막걸리잔도 가득 채웠다.

 

입춘 그날 밤,

상수리나무에서

갑자기

회오리바람 일고

날 선 눈보라가

사납게 술잔을 엎었다.

 

마을 입구 장승은

잔뜩 얼어붙어

두 귀가 떨어져 나갔다.

 

어깨 힘준

한겨울이,

시퍼렇게 칼날 입에 물고

밤새

마을을 휘젓고 다녔다.

한국자주인연맹

(08793) 서울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1956, 302호  |  1956, Nambusunhwan-ro, Gwanak-gu, Seoul, Republic of Korea

TEL : 02-838-5296  |  관리자메일 : kaone@kaone.co.kr

COPYRIGHT ⓒ  Danju Yurim Memorial Foundation. 

ALL RIGHTS RESERVED. DESIGNED BY [ENOUGHM]

한국자주인연맹  (08793) 서울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1956, 302호  |  1956, Nambusunhwan-ro, Gwanak-gu, Seoul, Republic of Korea

TEL : 02-838-5296  |  관리자메일 : kaone@kaone.co.kr

COPYRIGHT ⓒ  Danju Yurim Memorial Foundation. ALL RIGHTS RESERVED. DESIGNED BY [ENOUGH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