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연소되지 못한 생활

김영천
2025-12-09



< 연소되지 못한 생활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오래전에 떠밀려온

노숙(露宿)의 걸음 하나가

눈길에 미끌어졌다.

 

김장 시장 뒷마당

널브러진 배추 잎사귀 쪼가리에

하얀 눈이 쌓이는데,

겨울 한복판으로 뛰어든 남루가

힘없이 뒤뚱거리는 밤.

 

버려진 그 이파리

주섬주섬 몇 개씩 주워

넝마 같은 생계를 이었다.

 

늘 비틀거리는 걸음걸이.

그 무엇도

손에 잡혀 움켜쥔 것은 없었다.

 

일상이 짓이겨진 채

연말로 치닫고

무거운 새해가 멀리서 달려오지만,

늘 그렁그렁한 하루의 질량.

 

미처 연소되지 못한

생활 부스러기가

빈 소주병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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