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할아버지의 족제비 꼬리털 붓

김영천
2025-12-03



< 할아버지의 족제비 꼬리털 붓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족제비 꼬리털이

예닐곱 번

공중돌기한 다음

붓으로 둔갑했다는데.

 

할아버지는

쌀 두 섬인가를 주고

벽장 깊이 간직했다는군.

 

금강물 일렁일 것 같은

비단 한 폭에

사주단자 적으렸더니,

온통 좀 슬어

붓대롱만 남았다나.

막내 고모 시집갈 때라고.

 

한참이나 먼 훗날,

인사동 필방에서

붓을 뒤적이니

그때 그 황모가

몸 뒤집고 나타나는군

 

오늘 밤

꿈속에서

붓대 잡으실 할아버지.

벌써부터

밤새 먹 갈 일이 걱정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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