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사철나무 저 혼자라도

김영천
2025-11-13



< 사철나무 저 혼자라도 >


 


김 영 천(金永千)

 

마을 입구 서낭당

한상 느껍게 차린

늦가을 잔치상.

 

모두들

잔치 뒤에 

길 떠난다고,

이른 아침부터 수선스러운데.


모르는 척

사철나무

해진 신발 깁고 있더군.

 

아침 햇살 모아 

공들여 꾸미는 단풍나무.

박태기나무 노랑 저고리 

꽤나 홀홀한걸.

 

이팝나무가 

손 잡아끌자

살포시 고개 숙이네.

 

이제 곧

찬 바람 묵직하면

삽시간에 눈 내릴 터.

 

다들 떠나지만

초록색 이파리 하나 남길 거라고.

사철나무 저 혼자라도

한겨울 버텨본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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