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한국자주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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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짚모자 눌러쓴 반딧불 >
김 영 천(金永千)
글자 문드러진
신작로 옆 비석.
흙탕물 말라붙고
추위에 떨고 있을 때,
자전거 앞바퀴가
반딧불을 태우고 달려왔다.
인적 없는 정거장
가로등 하나.
초점 없이
듬성듬성 허공을 밀어내는데.
정자나무 옆 비닐하우스에
방울토마토,
밤새 땀 흘리며
봄날을 미리 캐고 있었다.
밀짚모자 눌러쓴
반딧불이
주섬주섬 두리번거린다.
멀리 시베리아에서
겨울 물고
서둘러 날아온 청둥오리떼.
허수아비 혼자 남은
빈 벌판에
한참 동안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