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어쩌면 무채색의 계절에

김영천
2025-11-10



< 어쩌면 무채색의 계절에 >


 


김 영 천(金永千)

 

불빛 하나가

서너 개의 공제선을 넘어

반달에게 부딪혔는데.

 

허기진 달이

덥썩 물자,

가장자리만 남은

불빛의 무게가 사라졌다고.

두레박으로도 건질 수 없었다지.

 

흔들리는 불빛에서

묻어나는 무채색 계절.

엊그제까지

다람쥐 꼬리에 매달렸던.

 

얼떨결에

불빛을 베어 문 달,

하얀 종소리가

소나무 언덕 아래까지

희미하게 울렸음에.

 

어쩌면 귀뚜라미가

밤 깊도록

반딧불을 부르고 있는지도.

 

뵈지 않던 함박눈까지

반달의 어깨 위로

점점이 내려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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