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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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소화와 쌍무지개 뜬 연못 >
김 영 천(金永千)
이른 아침,
연못을 돌며
잉어 떼처럼 헤엄치던 햇살이
무지개를 펼쳐놓더군요.
색동옷 입은 무지개 두 개가
수양버들 아래에서 수다를 떨었어요.
버들 가지에 매달린 청개구리는
하늘 저편에서 밤새 건너온 이슬을 마시며
귀 기울이고 있었지요.
흙 담장 위
능소화가
초록빛 바람을 따며 하늘거렸다지요.
능소화 그늘에서
하품하던 고양이는 설핏 잠이 들었어요.
늦잠 자다 부리나케 물 마시러 가던 새앙쥐가
고양이 꼬리를 밟았다더군요.
잠 깬 고양이는
화를 참고
능소화에게 줄 물을
세 바가지 떠오라고 했어요.
새앙쥐는 한 바가지도 무겁다며
작은 입 삐죽였는데,
두 눈 치켜뜬 고양이가 발톱을 세우자
능소화 꽃잎 위로 서둘러 올라갔다지요.
능소화가
초록빛 바람 하나를
고양이 목에다 걸어 주었어요.
새앙쥐는 연못에서 두 바가지 물을 떠왔다더군요.
청개구리가 버들잎새로 피리를 불더니
무지개에게 속삭였어요.
내일 아침에는
늙은 고양이와 새앙쥐가 손잡고
연못에 놀러 올 수 있을까요?
햇살은 여전히
싱싱하게 반짝거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