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호암산성 구월 첫째 날 일지

김영천
2026-09-02



< 호암산성 구월 첫째 날 일지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이제 산성 안

우물의 바닥이 드러났고

물그림자를 내리던

커다란 소나무도 시들었느니.

 

성벽 틈으로 새어나가는

비릿한 바람마저

맥없이 부서져 흩어졌다고.

 

주먹밥 갯수만큼

시간이 허락되었음을.

팽팽했던 창날의

서늘한 기운도

허기에 녹아내리는.

 

먼동이

핏빛으로 오를 때,

망루를 지키던

나팔꽃 무겁게 시들어

고개 떨구었음에.

 

꽉 막힌

하늘과 땅마저

승냥이 

비수 꽂힌 울음 속으로

시꺼멓게 묻혀 버릴지도.

 

가슴 먹먹한 날,

발등 시렸던 기억까지

피눈물로 검붉게 지워질.




* 호암산성 - 관악산 지봉인 호암산과 한우물을 둘러싼 산성. 

                    삼국시대에 한강 및 한강 이남 방비를 위해 축조된 것으로 추정.

                    호암산은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76번지 밤골과, 옆 동네 약수암 비지구 낙골(난곡)의 뒷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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