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시루섬 어머니와 아들

김영천
2026-09-02



< 시루섬 어머니와 아들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한차례

큰물이 지난 뒤,

오디 까맣게 빛나던

뽕나무가 부러졌으니.

 

뽕잎에서 사각거리던

누에도

먼 하늘 끝으로

새하얗게 점점이 사라진.

 

이생에서의

가느다란 실타래

끝내 자아내지 못하고.

 

뼈마디

살거죽 끊어내고

가슴으로 삼킨 명주.

속울음도

자분자분 끌어안은.

 

기어이

다음 생,

오색 영롱한 날에

눈물로 품어 줄.

 

 


* 시루섬 – 충북 단양군 단양읍 증도리. 

                 1972년 8월 19일 태풍 베티로 고립.

                 지름 5미터 높이 6미터 물탱크에 올라, 주민 199명이 14시간 동안 사투.

                 이 과정에서 최옥희 씨의 생후 6개월 된 아들이 압사.

                 당시 섬 곳곳에 뽕나무밭과 단양군 잠업연구소.

                 1985년 충주댐 완공으로 무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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