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찔레꽃 불타 버린 자리에

김영천
2026-04-08



< 찔레꽃 불타 버린 자리에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큰불 일어

세상이 뒤덮어지자

산도 어둠 속에 잠겨버린.

노루 산양은 뵈지 않고

다람쥐까지 사라진.

 

신음하던 소나무와

키 큰 상수리나무.

까맣게 쓰러진 다음,

딱따구리는

둥지를 잃고

산등성이 너머로 떠난.

 

계곡 넘어온 멧돼지가

한참 동안 어슬렁거리다

하릴없이

땅껍질을 후벼팠다는.

 

살아 숨 쉬는 것들이

울면서 쓰러졌음에.

어쩌다

목숨 부지한 생명도

창자 훑어

무너진 산의 몸통에 뿌려댄.

 

오늘 새벽

찔레꽃 불타 버린 자리에

진달래 한 송이.

 

헐떡이는 산이

온몸으로 밀어올린.

눈 감고

불탄 뼈

가까스로 추스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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