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아나키즘 시인 이진언



< 어린 노예(奴隷)의 설움 > (1933년 작)




< 어린 노예(奴隷)의 설움 > (1933년 작)


                            


                               이진언(李聄彦)



내 나이 금년 열 세살이지만,

지금까지 한 날 한 시도 남같이

노라본 적이 없엇습니다.


분 바르고,

새 옷 입는 명절에도,

새ㅅ집 진 머리로

오오-나는

밥 짓기에 밧벗습니다.


다섯 살 먹을 적

내 어머니는 날 두고 가신 후엔,

나는 나는 눈 코도 한 번

바로 떠-보지 못하고,

이 집 열 식구

밥과 빨래질 하기

손, 발이다-달튼답니다.


찌는 여름에

볼때긴들 오작하며,

깍는 겨울에 빨래인들

얼마나 원수리까.


열 번 잘하다 한 번만 실수하면,

아아-이 집 상전님들은

어찌 그리도 야박한지,

찔르는 눈ㅅ살과

파는 듯한 꾸정으로,

어린 마음을

여지없이 짓밟습니다.


「종의 씨가리란 하는 수 없는 게야

 저 년 제 어미도 그렇더니만」

좀 더-심할 때는 빰-

아아-무서운 매-

이럴 때면 아픈 것도 몰르고,

적은 가슴에 사모치는

분을,

섫음을

설화할 곧도 없고,

흘르나니 눈물만

왼 옷을 적신답니다.


해 지도록 밤새도록,

실컨 실컨 울고나 싶지만

그나마 못하는 이 신세,

오오-무슨 죄입니까.


죽도 살도 못하야

이러한 불이 불고 나서도,

얼마않가 또 다시 몸은 수종에

혀가 다 빠진답니다.


수물세 살 먹는 이 집 새 아씨는

어찌 그리도 피팍한지 매듸 매듸

「꿈에도 못면할 종년」이라고,

이것이다-나의 섫움-

아아-하도 한시

끝이지 않는

나의 삶이외다.


달 밝은 때나,

눈 내리는 밤엔, 축축한 부엌 앞에

외로이 앉어,

웨-나는 웨-나는 이러한

신세에 태여낫느냐고,

말 못 하는

개의게 물을 때면,

나도 몰르게,

나는 줄도 몰르게

하욤없는 눈물만 

구비 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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