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 수련(武藝 修練)과 부동심(不動心) _ 김영천, 「무예 수련과 부동심」, 《검도》, 대한검도회, 2018년 봄호 통권 제115호, 114쪽-116쪽.

김영천
2024-08-28



무예 수련(武藝 修練)과 부동심(不動心)

 

김 영 천

  

  검도를 접한 것은 1980년대 중반 서울 방배역 근처의 대한검도회 소속 검도관이었다. 이때 중국무술을 먼저 수련하고 있었는데, 밤늦게 쿵푸를 하면서 새벽에 검도까지 병행하려니 쉽지가 않았다. 시간을 내기가 갈수록 힘들어 중단했지만, 중국무술을 수련하면서도 문득 본국검법의 형이 떠오르거나 호구를 볼 때면 마음이 무거워지곤 했다. 결국 10여 년이 지난 2001년 연초부터 다시 시작했다. 검도를 잠시 쉬기로 했으나 결국 그 공백이 꽤 길어진 셈이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동양 무예에 관심을 갖고 수련하는 중에 모순되는 점이 연관되기도 했다. 이것들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의 단상과 마음의 자세인 부동심을 이야기하려 한다.

 

  검도를 처음 할 때 당혹스러웠던 것은 쿵푸와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의 동작 실기였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개념과 방어가 최선의 공격이라는 논리가, 상호 모순되는 것 같으면서도 무예 본질의 같은 맥락임을 이해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흘러야 했다. 힘을 빼어야 한다는 당위도 힘이 있어야 가능한데, 이것 또한 쉽게 인식되지 않았다. 체력과 기술, 이에 바탕 되는 마음의 운용은 어느 무예이든 동일하게 요구되는 듯하다. 80대 노사의 가벼움이 20대 열혈의 무거움을 능히 제압하는 모습은 검도나 쿵푸의 차이가 없다. 물론 이 가벼움은 오랜 수련을 통한 민첩함과 여유로움의 다른 말이다.

 

  어깨에 힘을 빼고 겨드랑이를 조이는 것이 쿵푸 동작에서는 자연스러웠지만, 검도에서는 힘들었다. 아마 호구 착용을 하니 자신도 모르게 이를 의식했던 것 같다. 연격을 한다든지 기술을 사용하여 칼을 쓸 때, 힘을 넣지 않아야 하나 마음과 몸이 달리 움직였다. 과도한 의욕으로 인해 불필요한 힘이 어깨와 손에 들어가면, 제대로 된 칼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늘 인식했다.

 

  검도를 하면서 베거나 격자 시 자연스럽게 태양신경총이 모인 기해를 의식하며 숨을 멈추게 된다. 충분히 호흡이 조절되면 쉽게 지치지 않고 몸과 칼의 속도도 빨라진다. 근육을 이완시키고 깊게 숨을 고르면 단순히 산소와 이산화탄소라는 공기 교환 이상의 능력이 배가된다. 무예의 핵심은 호흡 수련과 기의 축적 및 체화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전이나 제항을 통한 호흡의 경우, 흡기 상태에는 횡경막이 아래로 내려가고 호기 상태에는 횡경막이 올라간다. 횡경막의 1cm 이동에 폐를 통한 호흡량이 250~350cc 정도라고 하니, 수련의 깊이가 더해지면 무엇보다 호흡 기능과 복부의 근육 수축 능력이 배가될 것이다.

 

  따라서 수시로 긴 호흡과 폐활량, 복부 근육의 탄력을 점검하게 된다. 이는 근육과 뼈, 다리와 팔의 단련이고 효과적인 칼의 운용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내게 팔과 손의 연장으로서의 칼은 아직도 더 깊은 수련이 필요할 듯하다. 쿵푸나 현대적으로 재구성된 중국무술인 우슈에서의 칼은 ‘한손 검’과 ‘한손 도’이기에, 검도에서의 ‘양손 도’와 차이가 있다. 양손의 동시 운용은 중국무술에서는 ‘창’이나 ‘곤’에서 볼 수 있으나, 이는 베기가 아닌 타격과 찌르기 막기가 주된 원리이다. 근육의 이완과 바른 호흡이라는 무예의 요체는 결국 속도와 체력으로 나타난다고 본다.

 

  어떠한 경우라도 동요되지 않는 마음 흔들림 없이 중심을 지킨다는 부동심은, 검도를 수련하면서 많이 새기는 용어이기는 해도 쿵푸나 국궁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회심의 일격으로 선풍각을 시도했는데 허공을 가르며 제대로 된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마음이 흔들리면 곧 상대의 반격이 이어진다. 또한 활을 만작하여 살을 과녁으로 보내다 보면, 정확히 날아가다가도 바람의 방향이나 어깨 손가락 단전의 미묘한 움직임으로 인해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더구나 상대를 두고 활시위를 당길 경우, 실수나 예기치 않은 결과에서 부동심의 상태를 지속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이것을 유지하지 못할 때 활은 더욱 과녁에서 빗나가게 된다.

 

  그러나 부동심이 어찌 검도나 중국무술, 궁도에만 해당되겠는가. 삶의 과정에서 이를 얼마나 유지하는가에 따라, 나름대로의 격이 온존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승패나 결과에 의연하고 일희일비하지 않는 자세를 보일 때, 향기 나는 삶 기품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본다. 일상의 비루함과 안쓰러움을 초극하려는 의지는 결국 부동심에 있을 것이다. 환경에 얽매이거나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자아의 완성을 위해 얼마나 부동심을 견지했는가, 태산의 진중함으로 삶을 어느 정도 가다듬어 왔는가. 자문하지만 자답은 만족스럽지 않으니 스스로 더욱 채찍질할 뿐이다.


  


김영천, 「무예 수련과 부동심」, 《검도》, 대한검도회, 2018년 봄호 통권 제115호, 114쪽-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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